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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기사 종교시설을 돌봄시설로... 신앙이 사회를 돕는 방식

  • 작성자 : 부서연
  • 등록일 : 2025-07-14
  • 조회수 : 3

[더버터 김시원 기자 2025.07.10 05:06]

'신앙기반 필란트로피'의 진화

한국 사회에서 ‘신앙기반 필란트로피(Faith-Based Philanthropy)’는 그 가치와 역할이 저평가돼 있다. 종교기관이 주도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공적 담론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앙기반 필란트로피는 단순한 ‘자선’을 뛰어넘는 개념이다. 종교의 가치와 철학이 출발점이지만, 그 과정이나 방법은 매우 전략적이다. 신앙에 기반해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활동을 벌이는 것을 신앙기반 필란트로피라고 한다.

신앙이 사회를 돕는 방식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진화해 왔다. 국내 종교기관들은 무료급식소 운영, 도시락 배달, 재난 구호와 성금 모금, 저소득층 물품지원 등 전통적인 자선 방식으로 지역을 도왔다. 최근에는 활동 범위와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교회와 사찰을 ‘돌봄시설’로 전환하고 있다.

종교시설, 사회적 자원이 되다

대부분의 종교시설이 주말에는 북적이고 주중에는 한산하다. 비어 있는 시설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올해 초 법령 하나가 개정되면서 길이 열렸다. 국토교통부령 제1439호. 종교시설들을 영유아·노약자·장애인 돌봄시설로 사용하는 경우 지방건축위원회 심의를 생략한다는 내용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종교계가 낸 아이디어가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종교계의 출산장려운동은 2000년대 CTS기독교TV가 시작했다. 2022년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이하 출대본)가 출범하며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기독교뿐 아니라 불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단 지도자들이 출대본에 합류했다. 종교의 경계를 넘어 공동의 메시지를 내고 함께 대응하기 시작했다.

출대본은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돌봄’에서 찾는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국 각지에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종교시설들을 ‘돌봄시설’로 활용하자는 실질적인 대안을 내놨다. 문제는 ‘지방건축위원회 심의’라는 행정의 벽. 출대본은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했다. 전국 40만명이 입법 청원에 동참했고 올해 1월 국토부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종교시설의 사회적 활용 가능성에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령 개정이 국내 신앙기반 필란트로피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도영 CTS 총괄부사장은 “제도를 바꿔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자선을 넘어서는 구조적 접근”이라며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정부·지자체·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내부형, 연결형을 넘어 ‘협력형’으로 진화

최근 두 달간 종교계, 지자체, 비영리, 대학 등 전문가들과 가진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신앙기반 필란트로피’를 3단계로 정리했다. 신앙이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가는 방식에 따라 ▶1단계: 내부형 ▶2단계: 연결형 ▶3단계: 협력형으로 구분했다. ‘신앙’이라는 내적 동기는 유지되면서 종교계 내부에 머물러 있던 자원들이 점점 밖으로 향하는 흐름이다.

1단계인 ‘내부형’은 종교법인 혹은 종단과 연결된 복지법인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형태로, 기관 내부의 자원으로 운영된다. 교회나 사찰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등이 해당한다. 2단계인 ‘연결형’은 종교적 뿌리는 가지고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NGO가 진행하는 사업이다. 개발협력 등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3단계인 ‘협력형’은 종교기관이 정부·지자체·기업·비영리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공동으로 설계하거나 운영하는 경우다. 기후위기, 지역소멸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에 유리하다. 공공 예산과 기업의 CSR 자금 등이 더해져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그간 국내 종교계의 자선은 1단계와 2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게 3단계 협력형이다. ‘저출산’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종교계가 택한 방식도 바로 협력형이다.

2023년 설립된 사단법인 ‘행복한출생든든한미래’(이하 행든)는 종교시설의 돌봄시설 전환을 대표 사업으로 내세우는 비영리단체다. 지난 5월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행든은 종교기관-지역사회-민간기업 등을 연계한 새로운 돌봄 모델을 전국에 전파하는 중이다. 지역의 종교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열고 전환을 위한 매뉴얼을 제공한다. 공간 구성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컨설팅도 해준다. 지난 5월에는 부산 감전교회가 행든을 통해 ‘아이행복터’ 현판을 달았다. 종교시설을 돌봄시설로 전환한 행든의 첫 컨설팅 사례다. 감전교회는 여름방학인 8월부터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행든은 ‘저출산 이슈’를 함께할 기업 파트너들을 모색하고 있다. 감경철 행든 이사장은 “종교가 가진 자원을 사회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모든 종교가 고민하는 문제”라며 “앞으로 행든은 종교기관의 자원을 정부·기업과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더버터  https://www.thebutte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