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상상플래닛 1층 커넥트홀서 5월 ‘플래닛 써밋: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 열려
밸류체인 기반 협력과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특정 지역에서 선례 만들어야
“사회문제 해결 위해선 규모화된 자원·임팩트·역량 필요”

사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의 조직이 한 가지 문제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을까? 지금 소셜 섹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같은 목표와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밸류체인 기반의 협력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다른 내러티브, 다른 상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5월 플래닛 써밋 현장에서 새로운 펀드레이징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이 열렸다.

19일 KT&G 상상플래닛에서 KT&G상상플래닛, 피스윈즈, 코끼리공장, 루트임팩트, 앤스페이스, 임팩트스퀘어, 월드비전, 임팩트얼라이언스가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제로 5월 플래닛 써밋을 공동주관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19일 KT&G 상상플래닛에서 KT&G상상플래닛, 피스윈즈, 코끼리공장, 루트임팩트, 앤스페이스, 임팩트스퀘어, 월드비전, 임팩트얼라이언스가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제로 5월 플래닛 써밋을 공동주관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19일 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 1층 커넥트홀에서 ‘플래닛 써밋: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열렸다. 임팩트 생태계 내 다양한 조직이 힘을 모아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접근법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협력 모델과 자금 조달 전략을 제시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은 “이번 써밋의 주제는 임팩트얼라이언스가 제시한 것이 아니라, 성수동을 중심으로 출발한 임팩트 생태계가 10년 이상 지나오면서 들려오는 공통된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 ‘프로젝트 중심의 파이낸싱’ ‘임팩트의 규모화’ ‘진짜 문제 해결’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행사를 열었다.

Impact for ZERO, 규모화된 자원·임팩트·역량 필요

이날 행사의 주요 메시지는 ‘사회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해선 사회문제별 밸류체인 기반 협력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를 도입한 규모 있는 펀드레이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임팩트 프로젝트를 밸류체인으로 규모화시키고, 프로젝트의 가치를 기반으로 대규모의 펀드레이징을 받아 한 지역이나 커뮤니티 단위에 집약시켜 문제를 해결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시도다.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하나의 문제에 대한 밸류체인 안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개입해 완전한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협업의 개념보다는, 백본(대규모 네트워크에서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 우리 신체 중 중추의 의미다) 조직을 두고 각 조직이 각자 해오던 일을 하며 각자가 추구하는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이 ‘콜렉티브가 임팩트가 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인트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최소원 기자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이 ‘콜렉티브가 임팩트가 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인트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최소원 기자

기존의 임팩트 생태계는 하나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각 단계가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각 사업 단위로 자원이 분산되는 문제가 있어 왔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규모화된 자원과 연속적인 거대한 프로젝트, 각 구성원의 역량이 필요함에도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각개전투하기 바빴다.

이러한 문제는 각기 다른 기금에서부터 출발한다. 정부와 비영리 중간조직, 금융이 모두 따로 기금을 마련해 조직을 지원하기 때문에 예산의 규모를 만들 수 없고, 성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필요한 재정을 채우지 못한다. 각 예산은 특정 기간 동안, 제한된 명목의 사업비로만 사용할 수 있고, 조직이나 솔루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소모되고 만다. 각 단체는 제로섬 게임 구조 안에서 경쟁해야 하고, 사회 문제 해결과 조직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두세 배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 섹터에서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다른 내러티브: 파트너와 자금의 다양성

1부에서는 ▲루트임팩트 양해진 매니저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가 각 기관이 시도한 프로젝트 사례를 공유했다. 발표 이후에는 임팩트스퀘어 정보라 매니저가 모더레이터를 맡아 대담을 이끌었다.

루트임팩트 임팩트 필란트로피팀 양해진 매니저가 ‘비영리조직을 위한 제약 없는 기금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루트임팩트의 IP1 기금이 소셜밸류랩의 ‘VAB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협력한 사례를 전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루트임팩트 임팩트 필란트로피팀 양해진 매니저가 ‘비영리조직을 위한 제약 없는 기금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루트임팩트의 IP1 기금이 소셜밸류랩의 ‘VAB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협력한 사례를 전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양해진 매니저는 루트임팩트의 IP1 기금 프로젝트 투자 사례를 발표했다. 루트임팩트의 필란트로피 실험인 IP1 기금은 ‘비영리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펀딩됐지만, 기금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영리 조직 혹은 프로젝트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IP1 기금 지원 대상으로 7개 비영리 조직과 소셜밸류랩의 VAB(Vake Action Booster)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프로젝트 참가 조직들의 지지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실제 액션을 하는 프로젝트로, 소셜밸류랩은 사전 기획자이자 PM을 맡아 현재 2차년도를 수행 중이다.

양 매니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작고 큰 변동을 어떻게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대응할지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동기화된 목적을 기준으로 파트너가 가진 역량으로 잘 대응할 것을 신뢰했기에 대부분 사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생 조직이 참여한 프로젝트이기에 성과 관리를 어떻게 할 지도 많이 고민했다. 3차년도까지 전체 프로젝트 목표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연차마다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수립했다”며 파트너와의 목표 동기화와 장기 지원에 적합한 성과 관리를 강조했다.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이 ‘고향사랑기부제와 유기견안락사 ZERO 프로젝트’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은 대담시간에서 이동환 사무국장(맨 오른쪽)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간은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왼쪽 끝은 임팩트스퀘어 정보라 매니저의 모습. /사진=조태현 작가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이 ‘고향사랑기부제와 유기견안락사 ZERO 프로젝트’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은 대담시간에서 이동환 사무국장(맨 오른쪽)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간은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왼쪽 끝은 임팩트스퀘어 정보라 매니저의 모습. /사진=조태현 작가

이동환 사무국장은 피스윈즈재팬이 고향세 제도를 활용해 펼친 ‘피스완코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2016년 구조견을 입양하러 들른 견사에서 안락사 직전의 강아지를 만나며 동물구호에 나서게 된 피스윈즈는 현재까지 약 8000명(命)의 강아지를 구조했다. 그 중 3000명(命)은 재양도했고, 5~6군데 견사에서 약 3000명(命)의 강아지를 꾸준히 돌보고 있다.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동력은 고향세 제도를 통해 모금되는 후원금이다. 10년째 약 50억 원 정도가 꾸준히 모금되고 있다.

피스완코 프로젝트가 살린 건 안락사 직전의 유기견들 뿐만이 아니다. 인구 7700명 정도의 작은 도시 히로시마현 진세키고겐에 사업체를 마련하고 협력하며 지역도 살렸다. 고향세로 모금된 사업비로 지방 세원을 마련하고, 견사 운영으로 창출된 지역 일자리로 유입되는 인구, 고액 기부자 1박2일 현장투어와 캠핑장 등 관광자원화 전략 등으로 소멸 위기에 놓여있던 지역을 재생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피스윈즈재팬에서 ‘피스완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온 이 사무국장은 고향세를 벤치마킹한 ‘고향사랑기부제’가 2023년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활용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일본에서 고향세 참여를 이끈 답례품과 민간 플랫폼, 지정기부 등을 강조하고 서비스 개선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한국의 여러 지자체가 ‘피스완코’ 모델을 이식할 수 있도록 견학과 인터뷰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최근 광주광역시 동구와 함께 ‘유기견 안락사 제로(0) 프로젝트’를 시작해 약 3억 원 모금에 성공했다.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가 ‘Gray for children, Green for children, Local for children’을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가 ‘Gray for children, Green for children, Local for children’을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는 장난감 순환으로 아이들, 노인, 환경, 지역 등의 밸류체인 임팩트를 만들어낸 코끼리공장 모델을 공유했다. 코끼리공장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기관의 고장나거나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을 소독·수리해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전달한다.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장난감은 기술을 기반으로 재탄생시킨다. 더 많은 순환을 위해 장난감 창고를 만들고 장난감 기부에 따른 혜택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장난감이 순환할 수록, 사업이 확장될 수록 늘어나는 비용과 그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위협은 장난감 순환 모델 확대의 한계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코끼리공장의 프로세스 안에서 다른 기관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상가 공실과 도시재생 등 공공성에 대한 니즈를 가진 부산시, 양질의 재생소재와 환경 관련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던 롯데케미컬, 사회 복원을 원하는 공기업들을 모아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우리동네ESG센터’가 만들어졌다.

코끼리공장은 여러 이해관계자와 뜻을 모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우리동네ESG센터를 마련했다. /출처=발표 장표에서 발췌.
코끼리공장은 여러 이해관계자와 뜻을 모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우리동네ESG센터를 마련했다. /출처=발표 장표에서 발췌.

우리동네ESG센터는 양질의 노인일자리 창출, 플라스틱 문제 해결, 시니어와 주민의 세대이음 등의 각자 다른 이익을 위해 하나의 공동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장난감 수리 순환공간과 환경교육 체험장을 마련하고, 부산 지역 어르신 390명을 모집해 자원 순환과 환경 교육 일자리를 제공했다.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폐 장난감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개발하고 지자체나 지역 사회의 공공기업이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조례화했다.

이 대표는 “이 모델이 처음에 고민했던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줬다. 지역사회에 있는 플레이어들, 시니어클럽이나 아동복지 관련 소셜벤처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매뉴얼화했고, 인천 미추홀 등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코끼리공장의 모델을 도입해 ‘장난감이 폐기되지 않고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비전 아래 또다른 협력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상상,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

2부에서는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와 월드비전 정호윤 경영지원본부장, 앤스페이스 정수현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대담 시간에는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이 진행을 맡아 질문했다.

도현명 대표는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개념을 설명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가진 목적과 수행방식, 계획에 대한 수익을 계산해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며, 임팩트 조직의 업력과 레퍼런스 등이 충분치 않더라도 프로젝트에 대한 예상치가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면 파이낸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규모와 속도의 싸움이 필요한 문제에서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진행을 돕는 백본조직과 목표 달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통의 측정단위가 필요하다고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2부 발표자들과의 대담 시간. 왼쪽부터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 월드비전 정호윤 경영지원본부장, 앤스페이스 정수현 대표의 모습. /사진=조태현 작가
2부 발표자들과의 대담 시간. 왼쪽부터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 월드비전 정호윤 경영지원본부장, 앤스페이스 정수현 대표의 모습. /사진=조태현 작가

정호윤 본부장은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을 주제로 발표했다. 촉매자본은 비영리 생태계로 자본이 들어올 수 있게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먼저 투자해 추가 투자를 유도하는 자본을 말한다. 

그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투자할 곳이 필요하고, SDG는 자금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혼합금융(Blended Finance, 공공 재원과 민간 재원의 혼합) 방식으로 자금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초기 자본이 마련되면 두 번째 기회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이어 “PRI(Program Related Investment)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비영리 쪽에서 프로젝트별로 기부금을 받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들어온 투자금이 리턴될 수 있는 ‘순환의 래버리지’를 만들었다. 스스로 매출이 발생하기에 비영리의 지속가능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앤스페이스 정수현 대표는 몸담고 있는 부동산 분야의 이야기를 통해 임팩트 생태계를 위한 백본조직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조직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고, 자산관리 능력과 조직력 등 역량을 갖춰 자원을 획득하고 네트워크를 실현하는데 기여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본조직을 칭하는 한국형 언어가 필요하다 ▲자본과 기술, 기획에서 투자, 전략 수립, 실질적 모델 구축 등 역량을 갖춘 조직이 필요하다 ▲법적 체계로 사회적 자산 구축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플래닛 써밋은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임팩트 생태계 전반에 걸친 자원과 전략, 협력 구조의 전환을 제안한 자리였다. 밸류체인 기반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같은 목표, 다른 이익’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직이 각자의 역할과 자원을 통합해 실질적인 변화의 선례를 만드는 모델이다. 이처럼 지속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협력 구조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향후 소셜 섹터 전반에 걸친 전환적 상상력과 실행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